72thinline 2015. 8. 27. 20:02



암살 (2015)

Assassination 
8.6
감독
최동훈
출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39 분 | 2015-07-22
글쓴이 평점  


어제 문화의 날을 맞이하여 뒤늦게 영화 암살을 보았다.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천만이라는 관객수는 영화의 완성도와는 전혀 관계없다는 것을 알기때문. 명량이라는 영화를 보면서는 천만이라는 숫자가 최저의 수준을 거르는 거름종이 역할도 될수 없음을 알았다. 비슷한 배우들을 데리고 찍은 감독의 전작 도둑들은 재미없어 중간에 보기를 관둔 적이 있었다. 

결론만 우선 말하면 '만족스럽다'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가볍되 진중함을 잃지 않은' 감독의 균형 감각인 것 같다. 문성근이 이 친구는 확실히 87년 민주항쟁 이후세대이구나 느꼈다는 대목인데.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관념과는 다르게 독립 항쟁을 상당히 가벼우면서도 재미있게 그렸다. 그러면서도 엄숙함을 놓치지 않았다. 유시민은 이 부분을 상당히 영악하면서도 지혜롭다고 표현했다.
일단 이 영화는 가볍다. 독립운동가들의 소소한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다소 비현실적일 것 같이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그냥 저들도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임을 느끼게 한다. 전투 장면은 영화적 효과를 최대한 사용해 스펙타클하게 펼쳐진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영화는 진중하다.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까지 인상적이라 할만한 배경음악은 듣지 못했다. 분명 가볍고 맛깔스런 유머도 요소 요소에 많은데 보고 있노라면 참 짠~하다. 참 멋지다. 멋지게 살다 멋지게 가는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중간 중간 생각할 거리들도 있다. 왜 싸우는지, 왜 배신하는지. 반복해서 언급되는 돼지 불알의 메타포 등.. 
이 영화에 대해 어떤 보수 일간지가 '친일과 반일이라는 이분법 시각의 영화라' 폄하했다고 한다. 그 글 쓴 사람은 영화를 제대로 볼줄 모른다고 본다.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답지 않게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극중 중요 인물이 변절하는 과정과 그가 마지막에 남기는 말들은 의미심장하다. 거기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하고 조선의 독립을 지지하는 일본인을 굳이 등장인물로 넣은 것을 봤을 때, 감독은 이 영화가 선 악 이분법이라는 쉬운 길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나 있길 원한 것 같다.
마지막 환상에 가까운 결말은 지극히 영화적이라 가볍다. 허나 그것이 판타지임을 알게 된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 역사를 찾아보게 한다면 반대로 진중할 수 있다. 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역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