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예술
영화관 옆 철학카페
72thinline
2015. 9. 26. 14:51
여기에 나오는 영화 18편 중에 내가 본 것은 6편이 전부였다. 언제부턴가 현실에 쫒겨 영화 감상하기를 포기하다시피 하며 살다 보니 그간 놓친 영화가 참 많다는 걸 느꼈다. 유명한 영화들이 대부분인데 그것들을 보고 이 책을 읽었다면 훨씬 남는게 많았을 것이다.
책의 내용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철학카페'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입문서 분위기와는 정 반대로, 철학에 관한 논의의 폭과 깊이가 상당하다. 단숨에 읽어내려가기 보다는 긴 호흡을 가지고 읽어야 할 책이다. 간혹 영화의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 같은 철학 논의가 등장하기도 한다. 어떤 철학에 대해 말하기 위해 어떤 영화를 끌어들이는 것 같달까. 그만큼 영화책이라기 보다는 철학책에 가깝다.
각 영화에 대한 각주를 마지막에 넣은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다. 안그래도 논문처럼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들이 많은데, 단순한 참조가 아니라 긴 설명을 요하는 각주들을 말미에 몰아서 배치한 이유가 무엇일까. 전체적으로 디자인에 상당히 공을 들인 태가 나는 책이라 마지막까지 독자를 위한 편의성을 살피지 못한 것이 더욱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