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한 젊은 배우가 SNS에 장문으로 쓴 글이 큰 주목을 끌었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표하며 글 잘 썼다고 칭찬을 했다. 어느 정도인가 궁금해 읽어보니 전형적으로 못 쓴 글이었다. 그 글을 통해 글쓴이가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는 건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잘난 사람'이 '못난 글'을 쓰는 건 흔한 일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다. 재밌는건 그 글을 두고 벌어진 상황이다. 몇몇이 그 글이 잘 쓴 글이 아님을 지적하자 다수의 사람들이 발끈했던 것이다. 당신은 그 정도의 글도 쓰지 못할 것이 뻔한데, 연예인이라 무시하냐는 투였다. 어떤 사람들의 눈엔 확연히 보이는 못난 부분이 왜 다른 많은 사람들에겐 전혀 보이지 않은 걸까.
이 책은 논리적인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을 다룬다. 그 중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못난 글'을 구별하고 그것을 피하는 방법에 할애한다. 못난 글과 잘 쓴 글의 차이를 알수 없으면 잘 쓴 글을 쓸 수 없다. 그제 써놓고 어제까지 괜찮아 보이던 글이 오늘 못나 보인다면, 내 글쓰기 실력이 그 만큼 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배우가 지금 문제의 그 글을 일고 얼굴이 화끈거린다면, 이 책의 단문쓰기와 소통의 비결 챕터를 유심히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의 미덕은 버릴 곳이 없다는 점이다. 거슬리는 부분이 단 한 군데도 없다. 단순히 글쓰기 내공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의 힘이다. 이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왠만한 논리학 책 읽는 것보다 논리력 기르기에 더 좋을 것 같다. 좁은 의미의 글쓰기의 차원을 넘어 삶에 있어서 글쓰기가 가진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부분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