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entertainments 2009. 10. 29. 22:00

안개 속을 헤메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건조하고 설명은 불충분하다. 현재, 7년전, 3년전을 오가는 구성은 그리 어려울 것이 없지만 사건과 사건이 이어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왜 철거민 주민은 그토록 투쟁해야 했는지, 왜 중식은 운동권에 머물러 있어야 했는지, 왜 은모는 3년간이나 그를 떠나있어야 했는지. 인물들의 변화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인상. 디테일이 생략된 인물들은 급격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뿌연 안개속 파주의 모습처럼 화면을 부유한다. 시종일관 현실이라기 보다는 조금은 달콤하고 찝찝한 꿈 속을 헤메이는 듯한 느낌.  극중 중식이 은모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형부는 왜 이런거 하세요?" "처음엔 멋있어 보여서. 내가 베풀어야 될 것이 많은 것 같아서 계속하게 됐는데... 끝이 나질 않네. 지금은 나도 잘 모르겠다."  감독은 무얼 말하고자 한걸까. 바탕에 짙게 베인 사회의식? 포스터에서 암시하는 아련한 불륜의 사랑? 둘다 맞을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그 밖에도 더 있을 수도 있겠지. 다만 아무리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을지라도, 관객이 소화를 시키지 못하면 무슨 소용일까. 
상업 장편영화라는 틀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완전하게만 느껴지는 엔딩과 그에 이어 터져나오는 관객들의 궁시렁 대는 한숨 소리들을 들으며, 그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조조로 이런 영화를 혼자서 혹은 친구와 같이 볼 정도라면 수준 떨어지는 관객들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엔딩 크레딧이 마무리 될때까지 홀로 남아 생각해 보았지만 정리가 되질 않는다.

★★☆

Posted by 72thinli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