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사

books/역사 2015. 1. 6. 20:50

 

 


대한민국사. 1

저자
한홍구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03-02-07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우리 손으로 자주적인 근대화에 실패하고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한겨례21에 격주간으로 올린 글들을 엮은 책이라는 걸 알았다면 좀더 선택에 신중했을까. 우선 이 책의 제목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꼬집고 싶다. 주간지 코너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한홍구가 엮은 대한민국사>로 하면 어땠을까. 아님 <부끄러운 한국 현대사>나 <한국 현대사의 그림자> 정도도 괜찮았을 것이다. 이쯤 되면 대충 이 책의 논조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짐작이 가지 않을런지.

2권 서문에서 어떤 독자가 언급했다는 '시궁창을 뒤집어쓴 느낌'이라는 표현에 대해, 저자는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고 답한다. 다소 궁색한 변명처럼만 들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역사, 그 중에서도 특히 근현대사가 끝간데 없이 암울하고 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기간에 아름다운 면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전후 잿더미 세계 최빈국에서 시작해 반세기만에 비록 말석이나마 선진국 클럽에 진입한 한 나라의 역사가 이토록 비참한 사건들로만 점철되어 있었던 것일까? 역사의 교훈은 실수로부터 배워야만 하는 것일까? 성공이나 영광으로부터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만큼 무수한 의문이 들게 하는 책이다. 태극기의 유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이나 병영국가의 기원 등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숨겨진 진실들을 잘 조명한 부분은 인상깊다. 다만 전체적으로 수구세력을 비판해야 한다는 강박을 <대한민국사>라는 다소 거창한 표제를 빌려 해소하려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계속되는 강박은 피곤한 법이다. 거기에 이중잣대가 더해진 다면 더더욱. 악마로 묘사한 이승만과 뚜렷이 대비되어 마치 천사라도 된양 김일성을 미화하다 못해 찬양하는 부분에 가서는 실소가 나왔다. 수십만의 양민학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당연시하면서 수백만의 희생자가 발생한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킨 제1 책임자의 죄악을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사 청산 문제도 그렇다. 그저 친일 세력을 청산 못한 것을 악으로만 몰아붙일 뿐. 왜 그렇게 되었는지 당시 미군정 상황의 이면 같은 건 알려주지 않는다. 친일 청산은 할 수 있었는데 안한 것일까. 아니면 할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던 것일까. 가볍다 못해 무책임하게 느껴질 정도로 편향적인 역사적 시각에 3권까지만 겨우 읽었다. 이 나라의 수구세력에 환멸감을 자주 느끼지만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답답함도 그 못지 않다. 과연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일까.

Posted by 72thi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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